바로 옆 손주를 찾으셨던 외할머니, 그때 처음 알츠하이머를 알았습니다

저희 외할머니는 옛날 분이셨습니다.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아들을 귀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했고 외동딸이었던 저희 어머니가 아들을 둘이나 낳으시자 외할머니에게 손주들은 정말 귀한 존재였다고 합니다. 외할머니는 먼 시골에 살고 계셨지만 거리가 멀다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서울까지 올라오셨습니다. 그렇게 손주들을 자주 찾으셨고 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저희에게도 외할머니가 손주들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셨는지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 외할머니가 어느 날 우리 가족을 깜짝 놀라게 하셨습니다. 바로 옆에 손주가 있는데도 갑자기 **“우리 ○○이 어디 갔니?”**라고 물으신 것입니다. 그렇게 귀하게 생각하고 자주 찾으셨던 손주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시니 가족들이 얼마나 놀랐을지 지금도 생각납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깜빡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거나 사람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일은 흔히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가족을 두고 그 사람을 찾는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던 평범한 건망증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외할머니는 이후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당시의 저는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차이도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외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흔히 “얌전한 치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하거나 크게 소란을 피우는 모습보다는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끼리 그렇게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얌전한 치매’라는 것이 의학적으로 정해진 치매의 종류는 아니었습니다. 치매가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공격적이거나 소리를 지르고 가족을 힘들게 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마다 증상과 진행과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저에게 알츠하이머는 어려운 의학용어보다 그렇게 사랑했던 손주를 바로 옆에 두고도 “어디 갔니?”라고 물으셨던 외할머니의 모습으로 먼저 기억되는 병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 지금 알츠하이머가 무엇인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치매와는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치매와 알츠하이머가 같은 말인 줄 알았는데 조금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저도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누군가 기억력이 많이 나빠졌다고 하면 치매라고 했고, 알츠하이머 역시 치매를 조금 다르게 부르는 말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알아보니 두 단어는 정확히 같은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치매는 하나의 특정 질환 이름이라기보다 기억력과 언어능력, 판단력, 시공간능력 등 여러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상태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가 알츠하이머병입니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 가운데 하나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치매의 원인에는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를 비롯해 여러 질환이 있습니다. 원인에 따라 나타나는 특징과 진행과정, 치료와 관리방법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기 어려워지는 변화가 비교적 초기부터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조금 전에 들은 이야기를 다시 묻고 약속이나 물건을 둔 장소를 자꾸 잊는 모습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병이 진행되면 시간이나 장소를 혼동하거나 익숙했던 일을 수행하기 어려워지고 언어와 판단능력 등 다른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 진행되면 가까운 가족을 알아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할머니가 바로 옆에 있는 손주를 두고 “우리 ○○이 어디 갔니?”라고 물으셨던 모습을 떠올리면 단순히 이름 하나가 순간적으로 생각나지 않는 것과 가족을 인식하는 능력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한 가지 행동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기억력 변화가 있을 수 있고 우울증이나 수면문제, 약물, 갑상선 이상, 영양문제 등 다른 원인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낀다고 인터넷의 몇 가지 항목만 보고 스스로 알츠하이머라고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진료에서는 본인과 가족에게 증상이 언제부터 어떻게 나타났는지 확인하고 인지기능검사와 신체·신경학적 평가 등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혈액검사나 뇌 영상검사 등을 통해 다른 원인을 확인하거나 감별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생물학적 변화를 확인하는 검사들도 발전하고 있지만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는 개인의 상태에 따라 의료진이 판단해야 합니다.

알츠하이머병 자체를 단순한 건망증 정도로 생각해서도 안 되지만,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 하나를 잊었다고 바로 알츠하이머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전과 다른 인지 변화가 반복되고 그것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만큼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에게도 긴 시간이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다시 알아보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질환에 관한 의학적인 설명보다 가족의 기억입니다. 외할머니에게 저희 손주들은 먼 시골에서 서울까지 찾아오실 정도로 귀한 존재였습니다. 그런 분이 바로 옆에 있는 손주를 찾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가족들이 느꼈던 놀라움과 안타까움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진행될 수 있는 퇴행성 뇌질환입니다. 현재는 증상의 진행을 늦추거나 인지기능과 행동증상을 관리하기 위한 여러 치료가 사용되고 있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정 조건을 갖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질병 진행 과정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치료들도 등장하고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효과와 부작용,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치료 못지않게 일상생활의 안전과 가족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병이 진행되면서 약 복용을 잊거나 가스불을 끄지 못하고 길을 잃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주변 환경을 안전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운전이나 금전관리처럼 판단력이 필요한 활동도 상태에 따라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살펴봐야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의 입장에서는 환자가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방금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면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기억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환자의 행동을 단순한 고집이나 일부러 하는 행동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 가족이 외할머니를 두고 “얌전한 치매”라고 말했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가족이 당시 외할머니의 상태를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사용했던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치매 환자를 ‘얌전한 치매’와 ‘사나운 치매’처럼 의학적으로 나누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도 사람에 따라 불안이나 우울, 초조, 수면 변화, 의심이나 행동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고 그 정도 역시 다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건강입니다. 치매 환자를 오랜 기간 돌보는 일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가족 한 사람이 모든 책임을 떠안기보다는 다른 가족과 역할을 나누고 필요한 경우 지역사회의 치매지원서비스나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치매안심센터 등을 통해 상담이나 검진,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외할머니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알츠하이머병을 단순히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은 한 사람의 일상뿐 아니라 그 사람이 평생 쌓아온 가족과의 관계와 추억에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먼 시골에서 서울까지 찾아올 만큼 손주를 귀하게 여기셨던 외할머니가 어느 날 바로 옆의 손주를 두고 “우리 ○○이 어디 갔니?”라고 물으셨던 순간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에는 알츠하이머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고 치매와 무엇이 다른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외할머니의 기억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이제 와서 알아보니 치매는 여러 원인으로 인해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는 상태를 포괄하는 개념이고 알츠하이머병은 그 대표적인 원인질환 중 하나였습니다. 또한 단순한 건망증 하나만으로 알츠하이머를 판단할 수 없으며 정확한 평가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자꾸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최근의 중요한 일을 계속 잊고, 익숙했던 길이나 일상적인 일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기 시작한다면 “나이가 들면 다 그렇지”라고 무조건 넘기기보다 변화의 정도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히 이전과 비교해 분명한 변화가 있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알츠하이머라는 질환은 의학책 속의 병명이 아니라 사랑했던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함께 남아 있습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곁에서 함께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가족에게도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할머니와 우리 가족이 겪었던 이야기가 비슷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알츠하이머병을 조금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건강정보 안내

이 글은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으셨던 외할머니와 가족이 실제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과 치매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글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한 가지 증상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기억력이나 판단력 등 인지기능의 변화가 반복되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면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가족끼리 사용했던 ‘얌전한 치매’라는 표현은 의학적인 진단명이나 치매의 공식적인 분류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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